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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성경

바늘 한 땀은 표가 나지 않습니다

가로 3미터짜리 천을 일곱 사람이 둘러앉아 꿰맵니다. 하루를 꼬박 매달려도 표가 나지 않는 일입니다. 이 돛은 여기서 값을 하지 않습니다. 바다에 나가야 값을 합니다.

2026년 7월 29일·8분 읽기·SOLSUNG
넝쿨 시렁 아래 마당에 흰 돛을 펼쳐 놓고 여럿이 둘러서서 꿰매는 사람들

같은 달력의 8월입니다. 마당 가득 흰 천이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그 둘레에 붙어 있습니다. 넝쿨 시렁 사이로 빛이 쏟아져 천이 눈부십니다. 빨래를 널다가 잠깐 손을 보태는 장면인가 싶었는데, 천의 크기가 이상했습니다.

넝쿨 시렁 아래 마당에 흰 돛을 펼쳐 놓고 여자 다섯과 남자 둘이 둘러서서 꿰매는 모습
호아킨 소로야, 〈Cosiendo la vela〉, 1896, 베네치아 카 페사로 국제현대미술관 소장

이건 빨래가 아니라 돛입니다

화폭이 가로 3미터가 넘습니다. 돛을 거의 실물 크기로 그린 셈입니다. 배 한 척에 달릴 돛을 마당에 펼쳐 놓고 꿰매는 중입니다.

여기는 발렌시아의 엘 카바냘, 바닷가 어촌 마을입니다. 일터가 따로 없으니 집 안마당에 천을 펴고, 넝쿨 시렁 아래 그늘에서 일합니다. 화분에는 제라늄이 한창이고, 그 옆에서 여자 다섯과 남자 둘이 각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이 천을 펼칠 수조차 없습니다. 한 사람이 당겨 펴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꿰맵니다. 한 사람이 손을 놓으면 천이 주저앉습니다.

다 꿰매도 여기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돛은 이 마당에서 값을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곱게 꿰매도 마당에 있는 동안은 무거운 천일 뿐입니다. 돛대에 올라가 바람을 받아야 그때부터 배가 갑니다.

그러니 이 사람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결과가 보이지 않는 일입니다. 한나절을 꼬박 매달려도 천은 어제와 비슷해 보입니다. 바늘 한 땀은 표가 나지 않습니다. 여기는 심는 쪽입니다. 거두는 일은 한참 뒤에 바다에서 일어납니다.

화가는 두 살에 부모를 잃었습니다

그린 사람은 호아킨 소로야입니다. 1863년 발렌시아에서 태어났고, 두 살 때 부모가 콜레라로 함께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와 여동생은 이모 부부에게 입양되어 자랐습니다.

열한 살에 드로잉을 배웠고 열여덟에 발렌시아 미술 아카데미에 들어갔습니다. 스물이 되기 전에 그린 대작을 스페인 정부가 사 갔고, 나중에는 미국 대통령의 초상까지 그렸습니다. 그런데 평생 가장 오래 붙든 소재는 자기가 자란 바닷가였습니다. 배를 끌고, 그물을 깁고, 돛을 꿰매는 사람들입니다.

그는 이런 대형 그림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시카고, 뮌헨, 파리, 빈, 베네치아의 전시에 부지런히 내보냈습니다. 이 그림도 그렇게 베네치아로 건너가 시가 사들였고, 스페인 어촌의 평범한 하루가 지금까지 그곳 옛 궁전에 걸려 있습니다.

아직 배에 오르지 않았을 뿐입니다

갈라디아서는 바울이 갈라디아 지역 교회들에 보낸 편지입니다. 마지막 장에는 「서로 짐을 져 줍시다」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거기서 바울은 잘못에 빠진 사람이 있거든 온유한 마음으로 바로잡아 주라고, 서로 남의 짐을 져 주라고 씁니다. 그러면서도 각 사람은 자기 몫의 짐을 져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마당의 돛과 닮은 자리입니다. 천은 혼자 펼 수 없지만, 바늘은 각자 쥐어야 합니다.

그 대목 끝에서 바울은 갑자기 농사 이야기를 꺼냅니다.

자기를 속이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조롱을 받으실 분이 아니십니다.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심은 대로 거둘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6:7

심는 일과 거두는 일 사이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밭은 어제와 똑같아 보입니다. 기다리는 쪽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구간입니다.

돛을 꿰매는 마당이 꼭 그렇습니다. 다 꿰매지기 전까지 그것은 그냥 무거운 천이었습니다.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맙시다. 지쳐서 넘어지지 아니하면, 때가 이를 때에 거두게 될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6:9

돛 한 장을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오래된 그림이 익숙한 구절을 낯설게 만들어 줄 때가 있습니다.

오늘, 말씀 앞에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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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근거

작품은 호아킨 소로야의 〈Cosiendo la vela〉(1896, 캔버스에 유채, 220×302cm)로 베네치아 카 페사로 국제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카 페사로는 초기 베네치아 비엔날레부터 베네치아시가 사들인 작품이 소장품의 역사적 뼈대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소로야의 생애와 유럽 각지 전시 활동은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소로야 작가 자료와 2019년 전시 자료를 따랐습니다. 그림의 무대가 발렌시아 엘 카바냘이라는 점은 이 작품을 다룬 이탈리아·스페인 미술 자료에서 공통으로 전하는 내용입니다. 카드에 쓴 자화상은 1900년 작으로 마드리드 소로야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성경은 새번역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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