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 (ISTJ)
못 들어갈 땅으로 걸어간 사람
제 주변에 수련회 때마다 명단이랑 물품 목록을 들고 다니는 분이 있어요. 앞에 나서서 말하는 건 질색이라면서 3년째 같은 일을 혼자 챙기시더라고요. 신앙 MBTI 열세 번째 인물이 그런 사람이에요. 모세(ISTJ) — 자기 입으로는 못 하겠다고 사양했는데, 결국 40년을 걸어간 사람이에요.
ISTJ는 어떤 사람일까요?
ISTJ는 맡은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에요.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고, 한 번 하기로 한 일은 티 안 나게 계속해요. 화려한 시작보다 지루한 반복에 강해요.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저는 열정도 없고 그냥 하던 걸 오래 할 뿐인데, 이것도 믿음일까요?" 성경이 모세를 어떻게 기록하는지 보면 답이 좀 달라져요. 신앙 MBTI가 일반 MBTI와 뭐가 다른지는 이 글에 따로 정리해 뒀어요.
부르심 앞에서 그가 제일 먼저 한 말은요?
첫 장면은 호렙 산의 떨기나무 앞이에요. 모세는 그때 이집트 왕궁에서 자란 사람도, 지도자도 아니었어요. 사람을 죽이고 도망쳐 미디안에서 장인의 양 떼를 치던 목자였어요(출애굽기 2:12, 3:1).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이집트로 가라고 하시자, 그가 한 대답은 이랬어요.
"제가 무엇이라고, 감히 바로에게 가서,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겠습니까?"(출애굽기 3:11)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그는 "저는 본래 말재주가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입이 둔하고 혀가 무딘 사람입니다" 하고 다시 물러섰어요(출애굽기 4:10). 그러고도 마지막에 이렇게 말해요.
모세가 머뭇거리며 "주님, 죄송합니다. 제발 보낼 만한 사람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하고 말씀드리니,
한 민족을 이끌고 나가게 될 사람의 첫마디가 "다른 사람 보내주세요"예요. 일이 시작되고 나서도 그는 "정말, 왜 저를 이 곳에 보내셨습니까?" 하고 하나님께 따졌어요(출애굽기 5:22). ISTJ가 새 일 앞에서 제일 먼저 계산하는 게 "내가 이걸 끝까지 감당할 수 있나"인데, 모세도 딱 그 자리에 서 있었어요. 이 사람이 어떻게 40년을 갔을까요?
명하신 그대로, 한 줄도 빼지 않고
모세가 남긴 기록에는 같은 문장이 반복돼요. 성막(하나님을 예배하려고 세운, 옮길 수 있는 천막)을 만드는 대목이 특히 그래요. 치수와 재료가 길게 이어지는 구간인데, 그 끝은 늘 이렇게 닫혀요.
"모세는 주님께서 그에게 명하신 것을 모두 그대로 하였다."(출애굽기 40:16)
사람들이 만든 것을 점검하는 장면도 같아요. 모세가 하나하나 살펴보니 명하신 그대로 했으므로, 그들에게 복을 빌어 주었어요(출애굽기 39:43). 감동적인 장면은 아니에요. 그런데 광야 40년을 버틴 힘이 여기서 나와요. 감정이 좋은 날에도, 백성이 원망하는 날에도 그는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했어요.
꾸준한 사람은 종종 "융통성 없다"는 말을 들어요. 정해진 대로만 한다는 거죠. 그런데 공동체가 흔들릴 때 제일 먼저 무너지는 건 규칙이 아니라 반복이에요. 매주 하던 일을 매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공동체는 웬만해서는 안 무너져요.
혼자 지고 가다 지친 날
출애굽기 18장에는 모세의 하루가 그대로 나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백성이 그 앞에 줄을 섰고, 그는 그 사건을 전부 혼자 재판했어요. 오랜만에 찾아온 장인 이드로가 그 광경을 하루 종일 지켜보고 이렇게 말해요.
이렇게 하다가는, 자네뿐만 아니라 자네와 함께 있는 이 백성도 아주 지치고 말 걸세. 이 일이 자네에게는 너무 힘겨운 일이어서, 자네 혼자서는 할 수 없네.
이드로의 해법은 사람을 세우는 거였어요. 참되고 부정직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뽑으라고요. 작은 사건은 그들이 맡고 큰 사건만 모세에게 가져오게 하라는 거였어요(출애굽기 18:21-22). 짐을 나누어 지면 일이 훨씬 가벼워질 거라는 말이었어요.
성실한 사람이 제일 늦게 배우는 말이 "도와달라"예요. 혼자 해내는 게 습관이 되면 나눠 지는 게 오히려 무책임하게 느껴지거든요. 모세도 누가 옆에서 짚어줄 때까지 몰랐어요. 아론과 훌이 그의 팔을 양쪽에서 붙들어 올린 날처럼요(출애굽기 17:12).
40년을 걷고 딱 한 번 어긋난 자리
성경은 모세를 미화하지 않아요. 민수기 20장에서 백성이 또 물이 없다고 다투자, 모세는 총회를 바위 앞에 불러모으고 이렇게 말해요. "반역자들은 들으시오. 우리가 이 바위에서, 당신들이 마실 물을 나오게 하리오?"(민수기 20:10) 그러고는 지팡이로 바위를 두 번 쳤어요. 물은 솟아나왔고 사람들과 가축은 마셨어요(민수기 20:11).
그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두고는 짚는 곳이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요. 본문이 직접 말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이 보는 앞에서 나의 거룩함을 나타낼 만큼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이 총회에게 주기로 한 그 땅으로 그들을 데리고 가지 못할 것이다."
같은 성경이 모세를 두고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가장 겸손한 사람"이라고도 해요(민수기 12:3). 그렇게 기록된 사람의 어긋난 하루도 함께 남겨둔 거예요. 성실함으로 사는 사람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이거예요. 오래 잘해오다가 한 번 어긋나면 그동안 쌓은 게 다 무효가 되는 것 같은 느낌. 이 뒤가 중요해요.
못 밟을 땅을 보여주셨어요
하나님은 모세를 물리치지 않으셨어요. 그 뒤로도 모세는 이 백성을 끝까지 이끌었어요. 마지막 날, 하나님은 그를 느보 산으로 올라오게 하셔서 그 땅을 보여주세요.
그리고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여 그들의 자손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땅이다. 내가 너에게 이 땅을 보여 주기는 하지만, 네가 그리로 들어가지는 못한다."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도 그가 마지막으로 한 일은 뒷사람을 세우는 거였어요. 온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여호수아를 불러 "그대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용기를 내시오" 하고 말했어요(신명기 31:7). 자기가 못 밟을 땅으로 갈 사람에게요.
모세가 죽을 때 나이가 백스무 살이었는데, 눈은 빛을 잃지 않았고 기력은 정정했어요(신명기 34:7). 기다림이 답 없이 길어질 때 성경이 뭐라고 하는지는 이 글에서 더 다뤘어요.
꾸준한 사람은 결과가 안 보일 때 제일 흔들려요. "이걸 이렇게 오래 했는데 남은 게 뭐지" 싶어지죠. 모세가 받은 답은 결승선이 아니라 방향이었어요. 그는 자기 손으로 끝을 보지 못했는데도 히브리서는 그를 이렇게 기억해요. "하나님의 온 집안 사람에게 성실하였습니다"(히브리서 3:5). 끝을 본 사람만 성실한 걸로 기록되는 건 아니었어요.
모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요?
모세 결과 화면에는 이런 질문이 있어요.
내 능력보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더 크다는 것을 믿나요?
떨기나무 앞에서 모세가 계산한 건 자기 능력이었어요. 말재주, 신분, 사람들이 나를 믿어줄까 하는 것들이요. 그날 하나님이 하신 대답에는 모세의 능력 이야기가 없었어요.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는 말뿐이었어요(출애굽기 3:12).
오늘 한 가지 해볼 수 있다면?
모세처럼 해보고 싶다면 오늘 이것 하나만요.
오늘 한 약속을, 작은 것이라도 끝까지 지켜보세요.
누구와의 약속이어도 좋고, 오늘 소테리아 묵상을 하루 3분 여는 것이어도 좋아요. 크게 결심한 하루보다 똑같이 반복한 사흘이 더 멀리 가요. 모세가 남긴 것도 특별한 하루가 아니라 명하신 그대로 한 날들이었어요.
다음 편 예고
다음 인물은 모세의 영혼의 단짝(best match)으로 결과에 나오는 ESFP 미리암이에요. 실은 모세의 누이이기도 해요. 홍해를 건넌 날 제일 먼저 소구를 들고 춤을 춘 사람이 미리암이었거든요(출애굽기 15:20). 묵묵히 걷는 모세 옆에서 기쁨을 터뜨린 사람 이야기를 이어서 풀어볼게요. 지난 편 INFJ 요한 이야기도 아직 안 보셨다면 함께 읽어보세요.
당신의 신앙 MBTI는 어떤 인물일까요?
4분 테스트 해보기자주 묻는 질문
- 모세가 정말 ISTJ 유형인가요?
- 성경에 MBTI가 적혀 있지는 않아요. 재미로 보는 해석이에요. 나서기를 극구 사양했고, 지시받은 것을 한 줄도 빼지 않고 그대로 했고, 40년이라는 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버텨낸 모세의 모습이 ISTJ의 기질과 닮았다고 풀어본 거예요.
- 모세는 왜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나요?
- 민수기 20장의 그 장면을 두고는 짚는 곳이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요. 본문이 직접 말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민수기 20:12). 그 뒤에도 하나님은 모세를 물리치지 않으셨고, 마지막 날 그 땅을 눈으로 보게 하셨어요(신명기 34:4).
- 눈에 띄지 않게 꾸준하기만 한 것도 믿음인가요?
- 히브리서는 모세를 "하나님의 온 집안 사람에게 성실하였다"고 한 문장으로 기억해요(히브리서 3:5). 뜨거운 순간이 아니라 반복된 시간이 남은 셈이에요. 오늘 하기로 한 작은 일을 끝까지 하는 것도 그 결에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