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ENTJ)
달리던 방향이 바뀐 사람
제 주변에 한번 마음먹으면 끝을 보는 분이 있어요. 모임 하나를 맡겨도 일정표부터 만들고, 안 될 것 같다고 하면 그럼 되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더라고요. 옆에서 보면 숨이 찰 때도 있는데, 그분이 붙으면 이상하게 일이 굴러가요. 신앙 MBTI 열한 번째 인물이 딱 그런 사람이에요. 바울(ENTJ) — 교회를 없애려고 뛰어다니다가, 나중에는 복음을 가장 멀리까지 가져간 사람이에요.
ENTJ는 어떤 사람일까요?
ENTJ는 목표가 서면 바로 움직이는 사람이에요. 길이 막히면 돌아가는 길을 찾고, 사람을 모으고, 일정을 세워요. 미는 힘이 센 만큼 그 힘이 어디를 향하느냐가 아주 중요해요.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나는 너무 밀어붙이는 사람 아닐까?" 바울이 성경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 그 질문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어요. 신앙 MBTI가 일반 MBTI와 어떻게 다른지는 이 글에서 따로 풀었어요.
성경이 그를 처음 비추는 자리는 어디일까요?
바울은 처음에 사울이라는 이름으로 나와요. 사도행전은 전도 여행이 시작된 뒤부터 그를 바울이라고 적어요(사도행전 13:9). 성경이 이 사람을 처음 비추는 장면은 사역 현장이 아니라 사람이 죽는 자리예요. 스데반이 돌에 맞아 죽던 날, 돌을 던진 사람들이 벗어놓은 겉옷이 한 청년의 발 앞에 놓여 있었어요(사도행전 7:58). 그 청년이 사울이었어요.
그런데 사울은 교회를 없애려고 날뛰었다. 그는 집집마다 찾아 들어가서, 남자나 여자나 가리지 않고 끌어내서, 감옥에 넘겼다.
읽고 나면 마음이 서늘해지는 문장이에요. 그런데 사울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는 가말리엘이라는 이름난 선생 밑에서 율법을 배웠고, 훗날 자기 입으로 그때를 "하나님께 열성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하고 돌아봐요(사도행전 22:3). 열심이 없어서 사람을 해친 게 아니라, 열심이 제일 뜨거웠기 때문에 거기까지 간 거예요.
밀어붙이는 힘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방향이 결과를 갈라놓을 뿐이에요.
달리던 사람을 멈춰 세운 한마디
사울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이었어요. 그 도시 회당들에 보일 편지까지 받아 들고, 예수 믿는 사람들을 붙잡아 예루살렘으로 끌고 오려던 참이었고요(사도행전 9:1-2). 가는 길에 갑자기 환한 빛이 그를 둘러쌌고, 그는 땅에 엎어졌어요.
그는 땅에 엎어졌다. 그리고 그는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핍박하느냐?" 하는 음성을 들었다.
'나를'이라는 말에 마음이 걸려요. 사울이 잡아간 사람은 예수님이 아니라 예수 믿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예수님은 그 일을 자기 일로 말씀하세요. 교회를 건드린 것이 곧 자신을 건드린 일이라는 뜻이에요.
이어진 말씀은 ENTJ에게 더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일어나서, 성 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해야 할 일을 일러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사도행전 9:6). 당장 할 일을 알려주신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이었어요. 앞장서서 걷던 사람이 눈이 안 보여 남의 손에 끌려 성으로 들어갔고, 사흘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있었어요(사도행전 9:8-9).
시력이 돌아온 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회당에서 예수를 전하는 거였어요(사도행전 9:20). 사람들이 놀란 이유가 재밌어요. "이 사람은, 예루살렘에서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이들을 마구 죽이던, 바로 그 사람이 아닌가?"(사도행전 9:21) 속도는 그대로였어요. 향하는 곳만 반대가 됐어요.
사람 하나를 두고 갈라선 날
강한 추진력에는 대가가 따라와요. 2차 전도 여행을 앞두고 바울과 바나바가 부딪혔어요. 바나바는 마가라는 청년을 다시 데려가자고 했고, 바울은 반대했어요. 마가가 지난 여행 중간에 일행을 두고 돌아간 적이 있었거든요(사도행전 15:37-38).
그래서 그들은 심하게 다툰 끝에, 서로 갈라서고 말았다.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배를 타고 키프로스로 떠나갔다.
성경은 누가 옳았는지 판정하지 않아요. 다만 이 장면에서 ENTJ의 약한 자리가 보여요. 일이 잘 굴러가는 게 먼저인 사람에게 한 번 흔들린 사람은 위험 요소로 보이기 쉬워요. 그래서 사람을 세우는 데 강했던 ESFJ 바나바와 끝내 길이 갈렸고요.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여러 해가 지나 바울이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 마가의 이름이 다시 나와요.
누가만 나와 함께 있습니다. 그대가 올 때에, 마가를 데리고 오십시오. 그 사람은 나의 일에 요긴한 사람입니다.
그사이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성경은 말하지 않아요. 마가를 데려가지 않겠다던 사람이 끝에 가서는 마가를 데려와 달라고 부탁해요. 판단 하나를 고쳐 잡는 데 그만한 세월이 걸린 거예요.
세 번 구했는데 안 들어주신 것
바울에게는 끝내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그는 그것을 "내 몸에 가시"라고 불러요(고린도후서 12:7). 무엇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고요. 이 문제를 놓고 그는 주님께 세 번이나 간청했어요(고린도후서 12:8). 돌아온 대답은 그가 원한 답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무르게 하기 위하여 나는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내 약점들을 자랑하려고 합니다.
문제를 만나면 해결하고 넘어가는 사람에게, 안 고쳐지는 걸 그냥 안고 사는 건 제일 견디기 힘든 일이에요. 바울은 그 가시를 없애는 대신 그 자리에서 다른 것을 배웠어요.
잘 밀어붙이는 사람은 성과로 자기를 증명하려다 지치기 쉬워요. 바울이 마지막까지 붙든 문장은 약한 자리에서 하나님의 능력이 온전해진다는 말이었어요. 안 풀리는 일 하나를 아직 못 해결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실패한 게 아니에요.
바울은 편지 끝에서 자기 인생을 이렇게 정리해요. "나는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습니다"(디모데후서 4:7). 이겼다는 말보다 끝까지 달렸다는 말에 가까워요.
바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요?
바울 결과 화면에는 이런 질문이 있어요.
내 인간적인 강점보다 하나님의 능력만을 의지하고 있나요?
강점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에요. 사도행전에서 하나님은 사울의 추진력을 없애지 않으셨어요. 그 힘을 그대로 두고 방향만 바꾸셨어요. 질문이 묻는 건 하나예요. 그 힘이 지금 누구를 위해 쓰이고 있나요?
오늘 한 가지 해볼 수 있다면?
바울처럼 해보고 싶다면 오늘 이것 하나만요.
미뤄둔 한 가지에 첫발을 내디뎌보세요.
계획을 더 다듬는 게 아니라 제일 작은 한 걸음을 실제로 옮기는 거예요. 소테리아 묵상을 아직 안 열어봤다면 오늘 하루 3분이 그 한 걸음이 될 수도 있고요. 바울이 평생 한 일도 결국 다음 도시로 한 번 더 가는 일이었어요.
다음 편 예고
다음 인물은 INFJ 사도 요한이에요. 앞장서서 달린 바울과, 끝까지 곁에 남아 오래 들여다본 요한. 같은 분을 따랐는데 걸음이 이렇게 달랐던 두 사람을 이어서 풀어볼게요. 지난 편 ENFP 베드로 이야기도 아직 안 보셨다면 함께 읽어보세요.
당신의 신앙 MBTI는 어떤 인물일까요?
신앙 MBTI 4분 테스트자주 묻는 질문
- 바울이 정말 ENTJ 유형인가요?
- 성경에 MBTI가 적혀 있는 건 아니에요. 재미로 보는 해석이에요. 목표가 서면 바로 움직이고, 막히면 다른 길을 찾고, 사람을 모아 일을 밀고 나간 바울의 모습이 ENTJ의 기질과 닮았다고 풀어본 거예요.
- 밀어붙이는 성격은 신앙에 방해가 되나요?
- 바울의 이야기는 그 반대에 가까워요. 하나님은 사울의 추진력을 꺾어서 없애지 않으셨어요. 같은 힘으로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달리게 하셨고요. 문제가 되는 건 힘의 크기가 아니라 그 힘이 향하는 곳이에요.
- 바울처럼 살려면 오늘 뭘 해볼 수 있나요?
- 미뤄둔 한 가지에 오늘 첫발만 내디뎌보세요. 계획을 더 다듬는 대신 제일 작은 한 걸음을 실제로 옮기는 것, 그게 바울이 평생 해온 일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