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 (ENFP)
먼저 뛰어드는 사람
제 주변에 단톡방에 공지가 뜨면 제일 먼저 "저요" 하고 답을 다는 분이 있어요. 일정이 되는지 확인도 안 하고 손부터 들더라고요. 옆에서 보면 조마조마한데, 정작 아무도 안 나서는 자리를 늘 그분이 채워요. 신앙 MBTI 열 번째 인물이 딱 그런 사람이에요. 베드로(ENFP) — 배에서 먼저 뛰어내리고, 큰소리치고, 그러다 크게 무너진 제자예요.
ENFP는 어떤 사람일까요?
ENFP는 마음이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에요. 좋다 싶으면 재보기 전에 몸이 따라가요. 대신 그 뜨거움이 식는 날도 있어서, 어제 한 말을 오늘 못 지키기도 해요.
이런 걱정이 들 거예요. "그럼 저는 감정만 앞서는 얕은 믿음일까요?" 성경이 베드로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면 생각이 좀 달라져요. 신앙 MBTI가 일반 MBTI와 어떻게 다른지는 이 글에서 따로 풀었어요.
배에서 내린 사람은 한 명이었어요
첫 장면은 갈릴리 호수 한가운데예요. 제자들이 배를 타고 가는데 밤에 예수님이 물 위로 걸어오셨어요. 다들 유령인 줄 알고 소리를 질렀고, 예수님은 "안심하여라. 나다" 하고 말씀하셨어요(마태복음 14:26-27). 그 말 끝에 입을 연 사람은 한 명이었어요.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면, 나더러 물 위로 걸어서, 주님께로 오라고 명령하십시오."
그러면 나도 그리로 가겠다는 말이에요. 맞는지 확인하고 안심하려는 쪽은 아니었어요. 예수님이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는 정말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었어요(마태복음 14:29). 몇 걸음 못 가서 거센 바람을 보고 무서움에 사로잡혀 물에 빠져 들어갔고요. 그때 외친 말은 짧았어요. "주님, 살려 주십시오"(마태복음 14:30).
이 장면을 실패로만 기억하기 쉬워요. 그런데 나머지 열한 명은 그 시간에 배 안에 앉아 있었어요. 물에 빠질 일도 없었고, 손 붙잡히는 경험도 없었어요. 가라앉아 보는 건 발을 뗀 사람만 하는 일이에요.
절대 안 된다더니, 머리까지요
두 번째 장면은 잡히시기 전날 밤이에요. 예수님이 겉옷을 벗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시작하셨어요. 그때 종이 하던 일이라 제자들도 당황했을 거예요. 베드로 차례가 되자 그는 대놓고 막아섰어요. "아닙니다. 내 발은 절대로 씻기지 못하십니다"(요한복음 13:8).
예수님의 대답은 한 문장이었어요.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다." 그 말을 듣자마자 베드로는 완전히 반대편으로 넘어가요.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 예수께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내 발뿐만이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겨 주십시오."
절대 안 된다에서 머리까지가 몇 초 사이예요. 베드로에게는 중간이 없어요. 이 진폭이 ENFP를 사랑스럽게도, 위태롭게도 만들어요. 그럼 이 뜨거움은 결국 어디까지 갈까요?
큰소리친 밤, 무너진 새벽
세 번째 장면에서 베드로는 자기 입으로 한계를 넘어요. 예수님이 곧 흩어질 거라고 말씀하시자 그는 곧장 받아쳤어요.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나는 감옥에도, 죽는 자리에도, 주님과 함께 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자리에서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고 답하셨어요(누가복음 22:34). 그리고 몇 시간 뒤, 대제사장의 집 마당에서 그 말이 그대로 됐어요. 하녀가 "당신도 이 사람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지요?" 하고 묻자 베드로는 "아니오" 하고 대답했어요(요한복음 18:17). 세 번째 부인이 끝나기도 전에 닭이 울었고, 그때 주님께서 돌아서서 베드로를 똑바로 보셨어요(누가복음 22:60-61).
그리하여 그는 바깥으로 나가서 비통하게 울었다.
감옥에도 가겠다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어요. 그 순간에는 진심이었어요. 뜨거운 사람이 가장 아파하는 자리가 여기예요. 남을 못 믿게 되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자기가 못 믿게 되는 것. 성경이 넘어진 사람을 어떻게 기록하는지는 실패를 다룬 글에서 더 이야기했어요.
숯불 앞에서 다시 물으셨어요
부활하신 뒤 예수님은 갈릴리 호숫가에서 제자들을 기다리셨어요. 배에서 그분을 알아본 순간, 베드로는 또 먼저 뛰어내려요. 겉옷을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었어요(요한복음 21:7). 기질은 그대로였어요.
물에서 올라와 보니 예수님이 숯불을 피워 두시고 그 위에 생선과 빵을 놓아두셨어요(요한복음 21:9). 베드로가 예수님을 모른다고 하던 그 밤에도 마당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어요(요한복음 18:18). 같은 냄새 앞에서 예수님이 물으신 건 하나였어요.
예수께서 세 번째로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 때에 베드로는, 예수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세 번이나 물으시므로, 불안해서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 떼를 먹여라."
왜 그랬느냐고 따지지 않으셨어요. 다시 그러지 말라고 다짐을 받지도 않으셨고요. 세 번 무너진 자리에서 세 번 물으시고, 그 대답 위에 일을 맡기셨어요.
불꽃이 이름값을 하기까지
베드로라는 이름은 예수님이 붙여 주신 거예요. 처음 만난 날 "앞으로는 너를 게바라고 부르겠다"고 하셨는데, 게바는 '바위'라는 뜻이에요(요한복음 1:42). 뛰어들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던 사람에게 바위라는 이름이라니, 만난 사람들도 갸웃했을 거예요.
그 이름이 실제로 보이기 시작하는 건 오순절이에요. 성령이 임하신 날, 베드로는 열한 사도와 함께 일어나 목소리를 높여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전했어요(사도행전 2:14). 하녀 한 사람 앞에서 못 했던 말을 예루살렘 한복판에서 한 거예요. 그의 말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고, 그날 신도의 수가 약 삼천 명 늘었어요(사도행전 2:41).
나중에 종교 지도자들 앞에 섰을 때 그들이 남긴 기록도 인상적이에요. "본래 배운 것이 없는 보잘것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담대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사도행전 4:13). 사람이 통째로 바뀐 건 아니었어요. 뛰어드는 기질은 그대로인데, 뛰어드는 방향이 잡혔어요.
감정이 앞서는 사람은 무너지고 나면 자기 진심까지 의심하게 돼요. "그때 그 마음도 다 헛것이었나" 싶어지죠. 그런데 예수님은 베드로의 뜨거움을 식히는 쪽으로 고치지 않으셨어요. 같은 사람을 다시 부르셨고, 같은 열심에 방향을 주셨어요. 그 마음이 못나서 흔들리는 게 아니에요. 아직 붙들 자리를 못 찾은 거예요.
베드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요?
베드로 결과 화면에는 이런 질문이 있어요.
다시 찾아와 사랑을 물으시는 예수님께 무엇이라 답할까요?
'다시 찾아와'가 핵심이에요. 회복은 베드로 쪽에서 시작하지 않았어요. 도망친 자리로 예수님이 찾아오셨고, 아침까지 차려 두고 기다리셨어요. 무너진 다음에 제일 하기 싫은 일이 다시 그 앞에 앉는 건데, 베드로는 그 자리에 앉았어요.
오늘 한 가지 해볼 수 있다면?
베드로처럼 해보고 싶다면 오늘 이것 하나만요.
마음이 움직인 자리에서 한 걸음만 실제로 떼어 보세요.
연락하려다 미룬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도 좋고, 오늘 소테리아 묵상을 하루 3분 열어봐도 좋아요. 큰 결심은 식지만 뗀 걸음은 남아요. 베드로가 남긴 것도 완벽한 기록이 아니라 먼저 내디딘 자리였어요.
다음 편 예고
다음 인물은 베드로의 영혼의 단짝(best match)으로 결과에 나오는 INFJ 사도 요한이에요. 먼저 뛰어내리는 베드로와, 뒤에서 오래 들여다보는 요한. 성격이 정반대인 두 사람이 왜 늘 같이 다녔는지 이어서 풀어볼게요. 지난 편 INTJ 도마 이야기도 아직 안 보셨다면 함께 읽어보세요.
당신의 신앙 MBTI는 어떤 인물일까요?
4분 테스트 해보기자주 묻는 질문
- 베드로가 정말 ENFP 유형인가요?
- 성경에 MBTI가 적혀 있는 건 아니에요. 재미로 보는 해석이에요. 계산이 서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고, 감정이 크게 오르내렸고, 사람들 앞에서 말이 앞섰던 베드로의 모습이 마음부터 움직이는 ENFP의 기질과 닮았다고 풀어본 거예요.
- 감정이 앞서는 신앙은 얕은 건가요?
- 뜨거움 자체가 문제는 아니에요. 예수님은 베드로의 열심을 꺾어 놓지 않으셨고, 무너진 다음에도 같은 사람에게 다시 일을 맡기셨어요(요한복음 21:17). 다만 그 열심이 오래가려면 붙들 자리가 필요해요.
- 베드로처럼 살려면 오늘 뭘 해볼 수 있나요?
- 마음이 움직인 자리에서 한 걸음만 실제로 떼어 보세요. 연락하려다 미룬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정도면 충분해요. 베드로가 남긴 건 완벽한 기록이 아니라 먼저 발을 뗀 자리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