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INTJ)
확인해야 믿는 사람
제 주변에 뭐 하나 사려고 해도 후기를 끝까지 읽어보는 사람이 있어요. 다들 좋다고 하면 오히려 한 번 더 확인하더라고요. 답답해 보이다가도 그 사람이 "이건 괜찮아요" 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놓여요. 신앙 MBTI 아홉 번째 인물이 딱 그런 사람이에요. 도마(INTJ) — 직접 보고 만져보기 전에는 못 믿겠다고 버틴 제자예요.
INTJ는 어떤 사람일까요?
INTJ는 따져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에요. 남들이 다 그렇다고 해도 그 말만으로는 안 움직여요. 근거가 서야 마음이 따라가요. 대신 한번 확신이 서면 잘 흔들리지 않아요.
이런 걱정이 들 거예요. "그럼 나는 믿음이 부족한 걸까?" 성경에 나오는 도마의 첫 장면을 보면 생각이 좀 달라져요. 신앙 MBTI가 일반 MBTI와 어떻게 다른지는 이 글에서 따로 풀었어요.
의심하는 사람이라고 겁쟁이는 아니에요
도마가 성경에 처음 이름을 올리는 자리는 의외예요. 예수님이 "다시 유대 지방으로 가자"고 하시자 제자들이 말렸어요. 얼마 전에 그곳 사람들이 돌로 치려고 했으니까요(요한복음 11:7-8).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던 그 자리에서 도마가 입을 열었어요.
그러자 디두모라고도 하는 도마가 동료 제자들에게 "우리도 그와 함께 죽으러 가자" 하고 말하였다.
디두모 — '쌍둥이'라는 뜻의 별명이에요.
의심 많은 사람으로만 알려진 제자의 첫마디가 이거였어요. 따져보는 기질은 겁이 많아서 생기는 게 아니에요. 갈지 말지를 감정으로 정하지 않을 뿐이에요. 상황을 다 알고, 위험까지 계산에 넣고, 그러고도 가겠다고 한 사람이 도마였어요.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한 한 사람
두 번째 장면은 예수님이 잡히시기 전날 밤이에요. 제자들에게 이제 곧 떠난다고 말씀하시고는 이렇게 덧붙이셨어요.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요한복음 14:4). 분위기가 무거웠을 거예요. 다들 조용히 넘어갔는데 한 사람이 손을 들었어요.
도마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우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겠습니까?"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한 거예요. 그런데 이 물음 바로 뒤에 성경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대답 하나가 붙어 있어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사람이 없다"(요한복음 14:6). 아는 척 넘어갔으면 그 자리에서 못 들었을 말이에요. INTJ의 물음은 대충 덮고 갈 뻔한 자리를 다시 여는 쪽에 가까워요.
여드레, 혼자 견딘 시간
가장 유명한 장면은 부활 뒤에 나와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그날, 도마만 그 자리에 없었어요. 왜 없었는지 성경은 말하지 않아요. 돌아온 그에게 다른 제자들이 주님을 봤다고 했지만, 도마는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우리는 주님을 보았소" 하고 말하였으나, 도마는 그들에게 "나는 내 눈으로 그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 보고, 또 내 손을 그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서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이 대목이 INTJ의 약점이 드러나는 자리예요. 자기가 세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의 말도 안 들어와요. 열 명이 같은 걸 봤다고 해도요. 그래서 도마는 여드레를 혼자 견뎠어요. 다들 기뻐하는 방 안에서 혼자만 확인이 안 된 채로 앉아 있는 시간이었어요.
조건을 그대로 들어주신 분
여드레 뒤에 예수님이 다시 오셨어요. 문이 잠겨 있었는데 제자들 가운데로 들어서셨고, 이번에는 도마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요한복음 20:26). 그리고 도마에게 하신 말씀이 이거였어요.
그리고 나서 도마에게 말씀하셨다.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서 내 손을 만져 보고, 네 손을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래서 의심을 떨쳐버리고 믿음을 가져라."
도마가 여드레 전에 말한 조건, 그 문장 그대로예요. 못자국과 옆구리. 그 자리에 없으셨던 분이 도마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계셨어요. 나무라기 전에 손부터 내미셨고요. 그다음 도마의 대답은 딱 두 마디였어요.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요한복음 20:28) 복음서를 통틀어 가장 짧고 가장 분명한 고백 중 하나예요.
따져묻는 사람은 스스로를 믿음 없는 쪽으로 분류하기 쉬워요. 그런데 이 장면에서 예수님은 도마의 질문을 없던 일로 만들지 않으셨어요. 물음을 그대로 받아 답하셨고, 그 끝에서 도마는 다른 누구보다 분명한 고백에 도착했어요. 오래 붙들고 씨름한 물음이 믿음 서 있을 자리를 파주기도 해요.
다만 예수님이 덧붙이신 한마디도 같이 봐야 해요. "너는 나를 보았기 때문에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이 있다"(요한복음 20:29). 의심이 도착지는 아니라는 뜻이에요. 살다 보면 끝내 확인이 안 되는 일도 있고요. 도마가 복 받은 이유는 의심해서가 아니라, 의심을 들고 예수님 앞까지 갔기 때문이에요.
도마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요?
도마 결과 화면에는 이런 질문이 있어요.
의심의 골짜기를 지나 확신의 산으로 올라가고 있나요?
'지나'라는 말이 중요해요. 골짜기에 자리를 깔고 앉으라는 말이 아니에요. 물음이 생겼을 때 혼자 접어두면 여드레가 여덟 달이 되기도 해요. 도마는 자기 물음을 안고 다시 제자들 사이로 돌아왔고, 거기서 예수님을 만났어요.
오늘 한 가지 해볼 수 있다면?
도마처럼 해보고 싶다면 오늘 이것 하나만요.
들은 말씀 한 구절을 직접 곱씹어보세요.
설교에서 들었든 소테리아 묵상에서 만났든, 좋다더라 하고 넘기지 말고 한 구절만 붙들어보세요. 하루 3분이면 충분해요. 남이 대신 확인해준 믿음은 흔들릴 때 같이 흔들리지만, 내가 붙들어본 구절 하나는 그 자리에 남아요.
다음 편 예고
다음 인물은 도마의 영혼의 단짝(best match)으로 결과에 나오는 ENFP 베드로예요. 확인하고 나서야 발을 뗀 도마와 확인도 안 하고 물 위로 먼저 뛰어내린 베드로. 둘이 왜 잘 통하는지, 또 다른 색깔의 신앙을 함께 풀어볼게요. 지난 편 ISTP 드보라 이야기도 아직 안 보셨다면 이어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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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 도마가 정말 INTJ 유형인가요?
- 성경에 MBTI가 적혀 있는 건 아니에요. 재미로 보는 해석이에요. 다들 봤다고 말할 때도 자기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았고, 확인한 다음에는 누구보다 분명하게 고백한 도마의 모습이, 근거가 서야 마음이 따라가는 INTJ의 기질과 닮았다고 풀어본 거예요.
- 의심해도 괜찮다는 뜻인가요?
- 의심이 목적지는 아니에요. 예수님도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하셨고요(요한복음 20:29). 다만 도마의 물음을 막지 않으시고 손을 내밀어 주셨다는 점은 분명해요. 묻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으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 도마처럼 살려면 오늘 뭘 해볼 수 있나요?
- 들은 말씀 한 구절을 그냥 넘기지 말고 직접 곱씹어보세요. 누가 좋다고 해서가 아니라 내가 붙들어본 구절 하나가, 나중에 흔들릴 때 버텨주는 자리가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