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찬양은 외우는데 지난주 설교는 기억나지 않는 이유
어릴 때 부르던 찬양은 아직 입에 붙어 있는데 지난주 설교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나요? 회상 절정과 노래 기억의 원리, 그리고 성경이 노래로 말씀을 남긴 이유를 풀었어요.
얼마 전 카페에서 오래된 찬양이 흘러나온 적이 있어요. 교회에 안 나간 지 10년이 넘었다는 일행이 그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르더라고요. 본인도 놀란 얼굴로요.
찬양은 교회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예요. 한동안 부르지 않았는데도 어릴 때 부르던 찬양은 가사가 술술 나와요. 그런데 지난주 예배에서 들은 설교(목사님이 성경을 풀어 전하는 말)는 제목조차 가물가물해요.
그러면 마음 한쪽에서 이런 생각이 들죠. "나는 말씀을 건성으로 들었나. 노래는 기억하면서 정작 중요한 건 다 잊어버렸네."
이 글은 그 마음에 답해 보려고 해요. 노래가 왜 그렇게 오래 남는지 심리학이 밝힌 원리를 먼저 보고, 그다음 성경이 노래를 어떻게 썼는지 볼게요.
왜 하필 그 시절 노래일까요?
회상 절정
1986년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루빈(David Rubin) 연구팀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지난 삶에서 떠오르는 기억을 꺼내게 했어요. 기억이 고르게 나오지 않았어요. 10대와 20대 무렵의 기억이 유난히 많았어요. 이 현상을 회상 절정이라고 불러요. 떠올린 기억을 나이별로 세 보면 그 시기에서 산봉우리처럼 솟는다는 뜻이에요.
왜 그 시기일까요? 연구자들이 드는 이유는 몇 가지예요.
- 처음 겪는 일이 많은 때예요: 첫 수련회, 첫 친구, 처음 혼자 내린 결정. 처음 겪은 일은 오래 남아요.
- '나는 누구인가'가 만들어지는 때예요: 그때 겪은 일이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 한가운데 들어가요. 나중에 자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 기억을 다시 꺼내요.
노래도 마찬가지예요. 2013년 코넬대 캐럴 크럼핸슬(Carol Krumhansl) 연구팀이 대학생들에게 여러 시대의 대중가요를 들려줬어요. 학생들은 자기가 10대 무렵 들은 노래를 특히 잘 알아봤어요. 그 노래에 얽힌 기억도 더 많이 떠올렸고요. 뜻밖에도 부모님이 젊을 때 듣던 노래까지 잘 알아봤어요. 어릴 때 집에서 자주 들은 노래였던 거예요.
10대 때 부른 찬양은 인생에서 기억이 가장 잘 붙는 시기에, 그것도 여러 번 부른 노래예요.
그럼 지난주 설교는 뭐가 달랐을까요?
노래와 설교는 남는 조건이 달라요
같은 말씀이라도 노래로 부른 것과 설교로 들은 것은 기억에 들어가는 길부터 달라요. 차이는 셋이에요.
- 몇 번이냐: 찬양은 매주, 한 곡 안에서도 후렴을 몇 번씩 불러요. 몇 년이면 수백 번이에요. 설교는 보통 한 번 듣고 끝나요.
- 가락이 있느냐: 1994년 미국 심리학자 완다 월리스(Wanda Wallace)는 같은 가사를 말로 들려줄 때와 노래로 들려줄 때를 비교했어요. 노래로 들은 쪽이 가사를 더 잘 기억했어요. 단, 가락이 단순하고 되풀이될 때만 그랬어요. 찬양 대부분이 딱 그런 모양이에요.
- 내 입으로 했느냐: 소리 내어 말한 단어가 눈으로만 읽은 단어보다 잘 기억난다는 연구가 있어요(콜린 매클라우드 연구팀, 2010). 찬양은 내 입으로 부르고, 설교는 귀로 들어요.
한 번 들은 말이 빨리 흐려지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진 일이에요. 1885년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뜻 없는 음절을 외운 뒤 얼마나 빨리 잊는지 직접 재 봤어요. 외운 직후 몇 시간 사이에 가장 많이 잊고, 그 뒤로는 천천히 잊었어요.
설교를 잊은 건 말씀을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에요. 한 번 듣고 지나간 말은 누구에게나 빨리 흐려져요. 반대로 찬양이 아직 입에 붙어 있다면, 그건 그 시절 마음에 들어온 말씀이 아직 남아 있다는 표시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말씀을 노래로 남기는 건 우리가 처음 생각해 낸 방법일까요?
성경은 이걸 먼저 알고 있었어요
잊지 않게 하려고 노래를 주셨어요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받은 땅에 들어가기 직전, 모세는 곧 세상을 떠날 참이었어요. 하나님은 백성이 그 땅에 들어간 뒤 하나님을 떠날 거라는 걸 아셨어요. 그때 모세에게 하신 말씀이에요.
그러므로 이제 너희는 이 노래를 써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가르쳐 그들의 입으로 부르게 하여 이 노래로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라
모세가 7년마다 율법을 읽어 주라고 명령한 데 더해(신명기 31:10-11), 하나님은 노래도 하나 써서 입으로 부르게 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이유도 말씀하셨어요.
그들이 수많은 재앙과 환난을 당할 때에 그들의 자손이 부르기를 잊지 아니한 이 노래가 그들 앞에 증인처럼 되리라 나는 내가 맹세한 땅으로 그들을 인도하여 들이기 전 오늘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바를 아노라
「부르기를 잊지 아니한 이 노래」라는 말이 눈에 띄어요. 사람들이 하나님을 떠나도 노래는 남는다는 걸 하나님은 알고 계셨어요. 재앙을 만났을 때 이 노래가 '너희는 이미 들었다'고 말해 주는 증인이 된다는 거예요. 위로보다 경고에 가까운 노래였어요.
시간이 한참 흘러, 바울이 골로새라는 도시의 교회에 편지를 쓰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거하여」는 '머물러'라는 뜻이에요. 말씀이 마음에 넉넉히 머물게 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바울은 함께 노래하는 것을 꼽았어요.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는 그때 교회가 함께 부르던 여러 노래를 가리켜요.
교회를 떠난 지 오래인데도 힘든 날 어릴 때 부르던 찬양 한 줄이 떠오른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신명기의 그 노래도 잊히지 않게 하려고 주신 노래였어요.
그럼 오늘은 이렇게 해 봐요
노래처럼 남게 하려면 노래가 남는 조건을 빌려 오면 돼요. 몇 번이고 꺼내 보고, 내 입으로 말해 보는 거예요.
떠오른 찬양을 가사로 읽기
오늘 떠오른 찬양이 있다면 가락 없이 가사만 천천히 읽어 보세요. 따라 부를 때는 그냥 지나갔던 말이 한 줄씩 다르게 들어와요. 그때는 몰랐던 뜻이 보일 수도 있어요.
들은 날 한 문장만 꺼내기
설교를 들은 날 저녁, 노트를 보지 않고 기억나는 한 문장만 적어 보세요. 다시 읽는 것보다 기억에서 꺼내 보는 쪽이 오래 남아요(로디거·카피크, 2006).
소리 내어 읽기
말씀 한 구절을 눈으로만 읽지 말고 작게라도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내 입으로 한 말은 더 잘 남아요.
하루 한 번 다시 떠올리기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들은 말을 「마음에 새기어 생각」했어요(누가복음 2:19). 한 번에 다 외우려 하지 말고, 다음 날 한 번 더 떠올려 보는 것으로 시작해요.
설교를 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한 문장이 남으면 그 한 문장이 노래처럼 오래 갈 수 있어요.
묵상을 해도 마음에 남는 게 없는 것 같아 고민이라면 소테리아 묵상, 이렇게 새로워졌어요에 그 고민을 적어 뒀어요.
말씀을 붙잡으려다 머릿속이 더 시끄러워진 적이 있다면 기도하려고 앉으면 딴생각이 더 나는 이유가 도움이 될 거예요.
소테리아 묵상은 마지막에 기도를 적는 칸으로 끝나요. 오늘 떠오른 찬양 한 줄을 거기 옮겨 적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아요. 로그인하지 않아도 돼요.
찬양 한 줄로 여는 묵상
로그인 없이 묵상해 보기자주 묻는 질문
- 설교가 기억나지 않는 건 믿음이 약해서인가요?
- 그렇게 볼 근거는 없어요. 한 번 들은 말은 며칠 사이에 빠르게 흐려지는 게 사람 기억의 기본 모습이에요(에빙하우스, 1885). 매주 여러 번 따라 부른 노래와 한 번 듣고 지나간 설교는 기억에 남는 조건부터 달라요.
- 회상 절정이 뭔가요?
- 나이 든 사람에게 지난 삶의 기억을 떠올려 보게 하면 10대와 20대 무렵의 기억이 유난히 많이 나오는 현상이에요.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루빈 연구팀(1986)이 정리해 알려졌어요. 그 시기에 즐겨 듣고 부른 노래가 오래 남는 것도 이 현상과 함께 설명돼요.
- 설교를 오래 기억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들은 날 저녁, 노트를 보지 않고 기억나는 한 문장을 적어 보세요. 다시 꺼내 보는 연습이 다시 읽기보다 오래 남는다는 건 심리학 연구(로디거·카피크, 2006)로 알려져 있어요. 한 문장이면 충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