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 (ISFP)
다투지 않고 자리를 옮긴 사람
제 주변에도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자리 하나를 두고 실랑이가 붙으면 슬그머니 "저는 괜찮아요" 하고 물러서요. 손해 보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 사람 곁은 늘 평온하더라고요. 신앙 MBTI 여섯 번째 인물이 딱 그런 사람이에요. 이삭(ISFP) — 다투는 대신 자리를 옮긴 '부드러운 평화의 사람'이에요.
ISFP는 어떤 사람일까요?
ISFP는 이겨서 갖기보다 물러서서 지키는 쪽을 편하게 여기는 온유형이에요. 경쟁이 붙으면 앞서 다투기보다 한 발 비켜서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곁을 조용히 평온하게 만들어요. 말보다 태도로, 요란하지 않게 사람을 품는 타입이죠.
이삭이 꼭 그랬어요. 아브라함의 아들이지만 크게 눈에 띄는 사건을 벌이진 않았어요. 저녁이면 홀로 들에 나가 거닐 만큼(창세기 24:63) 조용하고 사색적인 사람이었고요. 그 부드러움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장면이 바로 '우물 이야기'예요.
판 우물을 빼앗기고도 자리를 옮겼어요
이삭은 그랄이라는 땅에 자리를 잡고, 아버지 때부터 파던 우물을 다시 팠어요. 물이 귀한 시절에 우물은 곧 생존이었죠. 그런데 종들이 새 샘줄기를 찾아내자마자, 그 땅 목자들이 시비를 걸어왔어요.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 거예요. "내가 판 우물을 뺏기면, 그건 싸워서라도 지켜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이삭은 다르게 움직였어요.
샘이 터지는 바람에, 그랄 지방 목자들이 그 샘줄기를 자기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삭의 목자들과 다투었다. 우물을 두고서 다투었다고 해서, 이삭은 이 우물을 에섹이라고 불렀다. 이삭의 종들이 또 다른 우물을 팠는데, 그랄 지방 목자들이 또 시비를 걸었다. 그래서 이삭은 그 우물 이름을 싯나라고 하였다.
에섹은 '다툼', 싯나는 '반대'라는 뜻이에요. 이삭은 두 번이나 우물을 내주고, 그때마다 조용히 짐을 싸서 옮겼어요. 붙잡고 싸우는 대신 자리를 비켜준 거예요. 세 번째로 판 우물에서야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고, 이삭은 그 이름을 '넓은 곳'이라는 뜻의 르호봇이라 지었어요(창세기 26:22). 다투지 않고 물러선 끝에, 마침내 넓은 자리를 얻은 거예요.
물러섬이 곧 믿음이었어요
이 이야기가 그냥 '착하게 참았다'로 끝났다면 조금 허무했을 거예요. 그런데 성경은 이삭이 우물을 세 번째로 판 그 밤에 벌어진 일을 이어서 들려줘요.
그 날 밤에 주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아버지 아브라함을 보살펴 준 하나님이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나의 종 아브라함을 보아서, 너에게 복을 주고, 너의 자손의 수를 불어나게 하겠다."
이삭이 우물을 붙들고 싸우지 않은 건, 다 내려놓는 무기력이 아니었어요. 자리를 넓혀 주실 하나님을 믿었기에 손을 펼 수 있었던 거예요. 실제로 그해 이삭은 백 배의 소출을 거뒀고(창세기 26:12), 우물 자리에 제단을 쌓아 하나님께 예배했어요(창세기 26:25). ISFP의 양보에는 지켜 주실 분을 믿는 데서 나오는 넉넉함이 배어 있어요.
약점도 함께 봐야 해요
부드러운 사람일수록 이런 걱정이 들 거예요. "그렇게 매번 피하다가, 정작 부딪혀야 할 때도 도망치면 어쩌지?" 이삭이 바로 그 자리에서 넘어졌어요.
같은 그랄 땅에서, 사람들이 아내 리브가에 대해 물었을 때예요. 이삭은 아내가 예뻐서 자기가 해코지당할까 겁이 났어요.
그 곳 사람들이 이삭의 아내를 보고서, 그에게 물었다. "그 여인이 누구요?" 이삭이 대답하였다. "그는 나의 누이요." 이삭은 "그는 나의 아내요" 하고 말하기가 무서웠다.
우물은 그렇게 담담히 내주던 사람이, 정작 두려움 앞에서는 진실을 숨겨버렸어요. 평화를 지키려는 마음이 회피로 기운 자리예요. 이게 ISFP의 약점이기도 해요. 다툼이 싫어서 한 발 물러서는 게 강점이지만, 두려움이 크면 마주해야 할 문제 앞에서도 피하는 쪽으로 기울기 쉬워요.
그런데 이삭의 이야기는 그 실수로 끝나지 않아요. 겁이 나 둘러댔던 이삭에게도, 하나님은 그 밤 먼저 찾아와 "두려워하지 말아라" 하고 손을 내미셨어요(창세기 26:24). 회피하고 싶은 마음까지 아시는 분이, 그 두려움을 아신 채로 복을 약속해 주신 거예요. 물러섬이 잦은 사람에게, 이만한 위로가 또 없어요.
이삭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요?
이삭 결과 화면에는 이런 질문이 있어요.
손해 보는 것 같아도 하나님이 예비하신 미래를 믿나요?
ISFP에게 딱 필요한 질문이에요. 양보하고 물러서는 부드러움은 분명한 강점이에요. 다만 그 마음이 '어차피 나는 손해만 봐' 하는 체념으로 기울면 금세 지쳐요. 이삭이 우물을 내준 건 포기가 아니라, 넓혀 주실 하나님을 믿었기 때문이었어요. 물러섬 뒤에 그 믿음이 있으면, 양보는 지는 게 아니에요.
오늘 한 가지 해볼 수 있다면?
이삭처럼 살아보고 싶다면, 오늘 한 가지를 해보세요.
갈등이 생긴 자리에서 한 발 먼저 양보해보세요.
이겨야만 지키는 게 아니에요. 사소한 실랑이 하나쯤은 조용히 내려놓아 보는 거예요. 다투지 않고 또 다른 우물을 파던 이삭의 평화가, 물러선 그 자리에 있어요.
다음 편 예고
다음 인물은 이삭의 영혼의 단짝(best match)으로 결과에 나오는 ESTJ 마르다예요. 조용히 양보하며 평화를 지킨 이삭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빈틈없이 섬긴 마르다가 왜 잘 통하는지, 또 다른 색깔의 신앙을 함께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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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 이삭이 정말 ISFP 유형인가요?
- 성경에 MBTI가 적혀 있는 건 아니에요. 재미로 보는 해석이에요. 우물을 빼앗기고도 다투지 않고 조용히 다른 우물을 파며 평화를 지킨 이삭의 모습이, 갈등보다 조화를 고르고 부드럽게 양보하는 게 강점인 ISFP의 기질과 닮았다고 풀어본 거예요.
- ISFP의 약점은 뭔가요?
- 다툼을 워낙 싫어하다 보니, 두려운 상황에서는 문제를 마주하기보다 피해버리기 쉬워요. 이삭도 아내를 빼앗길까 겁이 나서 리브가를 누이라고 둘러댔어요. 평화를 지키려는 마음이 깊은 만큼, 정직하게 부딪혀야 할 자리에서도 피하려는 쪽으로 기울 수 있어요.
- 이삭처럼 살려면 오늘 뭘 해볼 수 있나요?
- 갈등이 생긴 자리에서 한 발 먼저 양보해보세요. 이겨야만 지키는 게 아니에요. 이삭은 우물을 내주고 자리를 옮겼지만, 하나님은 그 자리를 오히려 넓혀 주셨어요. 오늘 사소한 실랑이 하나쯤은 조용히 내려놓아 봐도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