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 한 줄씩 뜯어보기
여섯 줄의 뜻
예배가 끝날 무렵 다 같이 주기도문을 외우는 순서가 있잖아요. 그럴 때 옆자리를 보면 입은 정확히 따라가는데 눈은 어딘가 멀리 가 있는 얼굴들이 보여요. 저도 오래 그랬어요. 입에는 붙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지나가는 거예요. 이 기도가 몇 줄로 되어 있고 각 줄이 무슨 말인지, 새번역 성경으로 한 줄씩 짚어 볼게요.
예수님은 기도를 가르치기 전에 두 번 말리셨어요
주기도문을 보기 전에 바로 앞 문장부터 봐야 해요. 이 기도가 어디서 나왔는지가 거기 있거든요.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하여라"를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두 번 말리세요. 첫 번째는 이거예요.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아라. 그들은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기도를 남에게 보여주는 용도로 쓰지 말라는 말씀이에요. 그래서 이어지는 6절은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으라고 하고요.
두 번째 경고가 더 뜻밖이에요.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아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하여야만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여기서 마음 한쪽이 걸릴 수 있어요. "그럼 매주 똑같은 걸 다 같이 외우는 우리는요?"
그 답이 바로 다음 절에 있어요.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다"(마태복음 6:8). 하나님이 이미 아신다면, 기도의 목적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지 않아요. 그러니 예수님이 말리신 것도 반복 횟수가 아니에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 채 입만 움직이는 상태예요.
그러고 나서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가 와요. 뜻을 알고 하면 반복은 빈말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뜻을 짚는 일이 이 기도에서는 곁가지가 아니에요.
앞의 세 줄은 하나님 이야기예요
주기도문은 여섯 줄의 부탁으로 되어 있고, 이 여섯은 세 개씩 두 덩어리로 나뉘어요.
| 무엇을 구하나 | |
|---|---|
| 앞의 세 줄 | 그 이름 · 그 나라 · 그 뜻 |
| 뒤의 세 줄 | 우리 양식 · 우리 용서 · 우리를 지키심 |
앞의 셋을 먼저 볼게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여 주시며, 그 나라를 오게 하여 주시며,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루심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주십시오.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여 주시며"는 우리가 하나님을 거룩하게 만들어 드리겠다는 다짐이 아니에요. 하나님이 그렇게 해 주시기를 구하는 부탁이에요. "그 나라를 오게 하여 주시며"도, "그 뜻을 … 이루어 주십시오"도 마찬가지고요.
세 줄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여요. 셋 다 일을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고, 셋 다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에요. 그리고 이 셋이 우리 이야기보다 먼저 와요.
그럼 우리 이야기는 언제 나올까요.
오늘, 필요한 만큼
네 번째 줄부터가 우리 이야기예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내려 주시고,
익숙한 말과 조금 다르죠. 우리가 외우는 문장은 "일용할 양식"인데 새번역은 "필요한 양식"이라고 옮겼어요. 각주에 "또는 '일용할 양식'"이라고 함께 적혀 있고요. 두 표현이 같은 자리를 가리키는데, 새번역 쪽이 뜻을 조금 더 풀어 준 셈이에요. 번역본마다 문장이 달라지는 이유는 어떤 번역으로 읽을까요에 정리해 뒀어요.
필요한 만큼, 그리고 오늘 치. 이 두 조건이 한 줄에 같이 들어 있어요.
이 그림은 광야에서 이미 한 번 나왔어요. 이스라엘 백성이 만나를 거둘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오멜로 되어 보면,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않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않았다. 그들은 제각기 먹을 만큼씩 거두어들인 것이다.
남겨 두려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침이 되자 남긴 것에서 벌레가 생겼다고 해요(출애굽기 16:20). 쌓아 둘 수 없는, 그날만의 양식이었던 거예요.
누가복음이 전하는 같은 기도에는 "날마다"라는 말이 붙어 있어요.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내려 주십시오"(누가복음 11:3). 오늘 것을 오늘 구하고, 내일은 내일 다시 구하는 기도예요.
빚을 없애 주세요
다섯 번째 줄이에요.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여기 각주가 하나 달려 있어요. "죄 지은 사람"은 "빚진 사람의 빚을 없애 준 것 같이"로도 옮길 수 있고, "우리의 죄"는 "빚을 없애 주시고"로도 옮길 수 있다고요.
각주 하나에만 기대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누가복음도 이 말을 본문에 그대로 써요.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우리에게 빚진 모든 사람을 우리가 용서합니다.
빚이라는 말이 이 줄에 무엇을 더해 주냐면, 장면이 구체적으로 잡혀요. 용서를 마음이 풀리는 일로만 생각하면 "아직 마음이 안 풀렸는데 어떡하지"에서 막히거든요. 그런데 빚은 장부의 문제예요.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 앞에서 장부를 덮는 일이요. 감정이 다 정리되기를 기다린 다음에 하는 게 아니라, 받을 것을 받지 않기로 정하는 일에 가까워요.
이 줄에는 다른 다섯 줄에 없는 말이 하나 붙어 있어요. "~한 것 같이." 우리가 한 일이 조건처럼 걸려 있는 자리는 여섯 줄 중 여기뿐이에요.
시험과 악, 그리고 꺾쇠 안의 마지막 줄
마지막 여섯 번째 줄이에요.
우리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여 주십시오.
"시험에 들지 않게"는 "시험에 빠뜨리지 마시고" 또는 "시련의 때로 이끌지 마시고"로도 옮길 수 있다고 각주가 알려 줘요. "악에서"는 "악한 자에게서"로도 옮길 수 있고요. 넘어질 자리에 아예 서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과, 이미 그 앞에 섰을 때 건져 달라는 부탁이 한 줄에 같이 있는 셈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외우는 주기도문에는 한 줄이 더 있죠. "나라와 권세와 영광은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새번역 성경은 이 문장을 꺾쇠 괄호 안에 넣어 두었어요. 후대 사본에 더해진 문장이라는 표시예요. 그렇다고 교회가 이 줄을 곁다리로 여겨 온 건 아니에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이라는 문답집이 있어요. 17세기에 만들어져 지금도 여러 교회가 신앙 교육에 쓰는 책인데, 여기서는 마지막 열 문답을 기도와 주기도문에 써요. 이 맺음말도 그중 한 문답으로 함께 다뤘고요.
예수님이 다시 설명하신 건 하나뿐이에요
여섯 줄을 다 가르치신 다음, 예수님은 한 줄로 되돌아오세요.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해 주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해 주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남을 용서해 주지 않으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해 주지 않으실 것이다.
이름도, 나라도, 뜻도, 양식도, 시험도 다시 설명하지 않으세요. 용서 한 줄만 다시 말씀하시죠. 앞에서 본 그 "~한 것 같이"가 여기서 풀어져 나온 거예요.
여섯 줄 중에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물러야 할 자리를, 예수님이 직접 짚어 두신 셈이에요.
다음에 다 같이 주기도문을 외울 때, 여섯 줄을 다 붙잡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한 줄만 골라서 그 줄에 잠깐 머물러 보세요.
혼자 드리는 기도를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하시다면 기도,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에 첫 문장부터 정리해 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