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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기초

주기도문, 한 줄씩 뜯어보기

여섯 줄의 뜻

2026년 9월 10일·12분 읽기·SOLSUNG
주기도문 한 줄씩 뜯어보기

예배가 끝날 무렵 다 같이 주기도문을 외우는 순서가 있잖아요. 그럴 때 옆자리를 보면 입은 정확히 따라가는데 눈은 어딘가 멀리 가 있는 얼굴들이 보여요. 저도 오래 그랬어요. 입에는 붙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지나가는 거예요. 이 기도가 몇 줄로 되어 있고 각 줄이 무슨 말인지, 새번역 성경으로 한 줄씩 짚어 볼게요.

예수님은 기도를 가르치기 전에 두 번 말리셨어요

주기도문을 보기 전에 바로 앞 문장부터 봐야 해요. 이 기도가 어디서 나왔는지가 거기 있거든요.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하여라"를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두 번 말리세요. 첫 번째는 이거예요.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아라. 그들은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마태복음 6:5

기도를 남에게 보여주는 용도로 쓰지 말라는 말씀이에요. 그래서 이어지는 6절은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으라고 하고요.

두 번째 경고가 더 뜻밖이에요.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아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하여야만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마태복음 6:7

여기서 마음 한쪽이 걸릴 수 있어요. "그럼 매주 똑같은 걸 다 같이 외우는 우리는요?"

그 답이 바로 다음 절에 있어요.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다"(마태복음 6:8). 하나님이 이미 아신다면, 기도의 목적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지 않아요. 그러니 예수님이 말리신 것도 반복 횟수가 아니에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 채 입만 움직이는 상태예요.

그러고 나서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가 와요. 뜻을 알고 하면 반복은 빈말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뜻을 짚는 일이 이 기도에서는 곁가지가 아니에요.

앞의 세 줄은 하나님 이야기예요

주기도문은 여섯 줄의 부탁으로 되어 있고, 이 여섯은 세 개씩 두 덩어리로 나뉘어요.

무엇을 구하나
앞의 세 줄그 이름 · 그 나라 · 그 뜻
뒤의 세 줄우리 양식 · 우리 용서 · 우리를 지키심

앞의 셋을 먼저 볼게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여 주시며, 그 나라를 오게 하여 주시며,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루심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주십시오.

마태복음 6:9-10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여 주시며"는 우리가 하나님을 거룩하게 만들어 드리겠다는 다짐이 아니에요. 하나님이 그렇게 해 주시기를 구하는 부탁이에요. "그 나라를 오게 하여 주시며"도, "그 뜻을 … 이루어 주십시오"도 마찬가지고요.

세 줄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여요. 셋 다 일을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고, 셋 다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에요. 그리고 이 셋이 우리 이야기보다 먼저 와요.

그럼 우리 이야기는 언제 나올까요.

오늘, 필요한 만큼

네 번째 줄부터가 우리 이야기예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내려 주시고,

마태복음 6:11

익숙한 말과 조금 다르죠. 우리가 외우는 문장은 "일용할 양식"인데 새번역은 "필요한 양식"이라고 옮겼어요. 각주에 "또는 '일용할 양식'"이라고 함께 적혀 있고요. 두 표현이 같은 자리를 가리키는데, 새번역 쪽이 뜻을 조금 더 풀어 준 셈이에요. 번역본마다 문장이 달라지는 이유는 어떤 번역으로 읽을까요에 정리해 뒀어요.

필요한 만큼, 그리고 오늘 치. 이 두 조건이 한 줄에 같이 들어 있어요.

이 그림은 광야에서 이미 한 번 나왔어요. 이스라엘 백성이 만나를 거둘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오멜로 되어 보면,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않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않았다. 그들은 제각기 먹을 만큼씩 거두어들인 것이다.

출애굽기 16:18

남겨 두려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침이 되자 남긴 것에서 벌레가 생겼다고 해요(출애굽기 16:20). 쌓아 둘 수 없는, 그날만의 양식이었던 거예요.

누가복음이 전하는 같은 기도에는 "날마다"라는 말이 붙어 있어요.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내려 주십시오"(누가복음 11:3). 오늘 것을 오늘 구하고, 내일은 내일 다시 구하는 기도예요.

빚을 없애 주세요

다섯 번째 줄이에요.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마태복음 6:12

여기 각주가 하나 달려 있어요. "죄 지은 사람"은 "빚진 사람의 빚을 없애 준 것 같이"로도 옮길 수 있고, "우리의 죄"는 "빚을 없애 주시고"로도 옮길 수 있다고요.

각주 하나에만 기대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누가복음도 이 말을 본문에 그대로 써요.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우리에게 빚진 모든 사람을 우리가 용서합니다.

누가복음 11:4

빚이라는 말이 이 줄에 무엇을 더해 주냐면, 장면이 구체적으로 잡혀요. 용서를 마음이 풀리는 일로만 생각하면 "아직 마음이 안 풀렸는데 어떡하지"에서 막히거든요. 그런데 빚은 장부의 문제예요.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 앞에서 장부를 덮는 일이요. 감정이 다 정리되기를 기다린 다음에 하는 게 아니라, 받을 것을 받지 않기로 정하는 일에 가까워요.

이 줄에는 다른 다섯 줄에 없는 말이 하나 붙어 있어요. "~한 것 같이." 우리가 한 일이 조건처럼 걸려 있는 자리는 여섯 줄 중 여기뿐이에요.

시험과 악, 그리고 꺾쇠 안의 마지막 줄

마지막 여섯 번째 줄이에요.

우리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여 주십시오.

마태복음 6:13

"시험에 들지 않게"는 "시험에 빠뜨리지 마시고" 또는 "시련의 때로 이끌지 마시고"로도 옮길 수 있다고 각주가 알려 줘요. "악에서"는 "악한 자에게서"로도 옮길 수 있고요. 넘어질 자리에 아예 서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과, 이미 그 앞에 섰을 때 건져 달라는 부탁이 한 줄에 같이 있는 셈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외우는 주기도문에는 한 줄이 더 있죠. "나라와 권세와 영광은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새번역 성경은 이 문장을 꺾쇠 괄호 안에 넣어 두었어요. 후대 사본에 더해진 문장이라는 표시예요. 그렇다고 교회가 이 줄을 곁다리로 여겨 온 건 아니에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이라는 문답집이 있어요. 17세기에 만들어져 지금도 여러 교회가 신앙 교육에 쓰는 책인데, 여기서는 마지막 열 문답을 기도와 주기도문에 써요. 이 맺음말도 그중 한 문답으로 함께 다뤘고요.

예수님이 다시 설명하신 건 하나뿐이에요

여섯 줄을 다 가르치신 다음, 예수님은 한 줄로 되돌아오세요.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해 주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해 주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남을 용서해 주지 않으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마태복음 6:14-15

이름도, 나라도, 뜻도, 양식도, 시험도 다시 설명하지 않으세요. 용서 한 줄만 다시 말씀하시죠. 앞에서 본 그 "~한 것 같이"가 여기서 풀어져 나온 거예요.

여섯 줄 중에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물러야 할 자리를, 예수님이 직접 짚어 두신 셈이에요.


다음에 다 같이 주기도문을 외울 때, 여섯 줄을 다 붙잡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한 줄만 골라서 그 줄에 잠깐 머물러 보세요.

혼자 드리는 기도를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하시다면 기도,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에 첫 문장부터 정리해 뒀어요.

오늘 한 줄에 머무는 시간, 하루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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